더러움을 씻고 사람냄새를 풍기고 싶다 -김 추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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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방에는 수많은 범법자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골통 방’이 소위 말하는 ‘뽕 방’이다. 소란스럽기도 하지만 그곳에서는 누구도 함부로 못한다. 교도관들 사이에서도 한발 물러서는 것이 관례(?)이다. 괜히 건드렸다가는 더 소란스러워 그 날의 근무가 우리들로 인해 진땀을 빼기 일 수이기 때문이다. 재소자들 사이에서도 ‘뽕 방’을 ‘밥’들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더러워서 상대하기 싫다는 투이다. ‘뽕 방’에 있는 개개인의 전과는 화려(?)하고 사회에서도 어둠의 아들들이다. 물론 다는 아니지만.
나 역시 누가 뭐라 해도 귀로 듣지 아니하고 나의 생각으로 온갖 죄를 다 지으면서 늘 큰소리쳤다. 정작 피해자는 가족 등 가까운 사람들이었지만 내가 피해자인줄 알고 살아왔고 약물을 위해 무슨 짓도 다 했다. 감방에서도 나는 ‘밥’소리를 들었지만 별로 개의치 않았다. 아니 자랑스러워했다. 누가 뭐래도 무슨 짓을 해도 건드리지 않으니 흔히 ‘밥 방’에서도 좆 밥 냄새를 풍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하느님은 이를 그냥 두지 않으시고 내가 약물만 하면 잡아가두셨다.
그렇게 살아온 수많은 세월의 잔상들을 모두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죄악으로 점철된 거짓 인생임을 고백한다. 나의 ‘밥’ 인생이 ‘뽕 방’ 모두의 인생은 아니지만 요즈음은 행위와 행동의 잘못을 뼈저리게 느낀다. 함부로 살아왔던 날들, 명절이 되어도 부끄러워 가족 앞에 가지 못한다.
그 뱀(마약)의 유혹에 미혹당한 나의 연약함, 살짝만 충동해도 넘어지고 말았던 날들. 이제야 이기고 싶고 더러움을 씻고 싶다. 날마다 깨끗이 하고 싶다. 이제는 그곳을 유독 씻는다. 냄새로 진동했던 나의 음란함을 씻고 싶다. 정욕으로 가득했던 그 곳을, 추악함, 불의, 탐욕, 악의와 사기, 거짓의 냄새가 풍기를 그곳을, 더러움에 뒹굴다 부모를 거역하고 혼자만 생각한 더러운 몸의 더러운 그 곳을.
향기 나는 꽃은 아닐지라도 이제 사람냄새라도 풍기고 싶다.

악의 씨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야곱은 유다와 그 형제를 낳고 낳았다. 그러나 사단의 종으로서의 나의 삶은 내가 뿌린 약물의 씨앗으로 시작되었다. 좋아했던 후배가 나의 유혹 하나로 물질과 함께 사랑했던 아내와 이혼을 했다. 또한 그는 지금은 마약 판매자로 성장하여 무진장 악의 씨앗을 뿌린다. 또 그가 낳은 이가 어떻게 성장하여 누구의 심장을 찌르고 다닐까.
고뇌함으로 울리는 나의 마음은 아무리 씻어보자고 해도 찔리는 마음으로 밤을 이루지 못할 때가 있다. 회개의 마음은 있을지라도 과거의 아픈 마음을 단번에 씻을 수가 없다.
마치 술 취한 자의 손에 든 가시나무와 같이 나의 팔뚝은 물론이고 다른 이들을 찔렀던 그 마음들이 이제야 나의 마음을 찌른다.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고 네 잎 클로버는 행복이라는데, 나의 욕망을 위해 가족이라는 친구라는 세 잎을 밟고 행복을 가장한 쾌락의 행복에 영혼을 팔았었다.
세상의 바람은 중독된 내 마음에 너무나 거세게 불지만 이겨 나가니라. 더러운 마음, 더러운 곳을 씻어내고 싶다.
함부로 생각하여 살아왔던 비틀 걸음이 아닌 갱생의 마음으로 씻고 싶다.

기도

예수의 피를 발라주소서
육신의 정욕된 생각 앞에
예수의 피를 발라주소서
욕망이 오가는 내 영혼의 문설주에
예수의 피를 발라 주소서
오늘을 이기는 새벽의 무릎에

내게 말씀을 주소서
이성이 생각하는 가장 깊은 곳에
내게 말씀을 주소서
불순종의 생각 앞에
내게 말씀을 주소서
악령을 물리칠 수 있는

내 눈을 열어주소서
흑암의 길을 볼 수 있도록
내 눈을 열어주소서
명철과 지혜를 발견할 수 있도록
내 눈을 열어주소서
마약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아멘